초등학생 시절 구몬은 너무나 하기 싫은 숙제였다. 조금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풀어야 하는 종이 세 장은 얼마나 큰 압박으로 다가오던지. 하지만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구몬 학습지를 푸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나도 하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시작한 구몬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하고 싶다고 했잖아. 하기 싫어도 책임지고 해야지!" 하는 엄마의 잔소리는 내가 내 함정을 판 결과물이었고, 이 함정은 구몬을 끊을 중학교 때까지 따라왔다.
"책임지고 사퇴하겠습니다." 높은 자리의 정치인이 하는 단골 멘트는, 이렇게 자란 나이기에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정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사퇴가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을 오롯이 받고, 의도와 다른 결과를 철저히 분석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초등학교 때 이 문구를 응용할 걸 싶다. "책임지고 구몬 그만두고 놀러 나가겠습니다." 이랬다면 우리 엄마는 내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텐데. 정치인들은 국민의 등짝 스매싱이 두렵지도 않나. 아, '어딜 감히' 본인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려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