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내 해골물

by 미노칼럼


레이 달리오의 책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처음 본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그때는 레이 달리오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변화하는 세계 질서>라는 거창한 제목에서 오는 '허세의 기운'과 그 안에 들어있는 어쭙잖아 보이는 스프링 그림은 군대 생활에 적응하기도 바쁜 이병에게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요소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구미가 당기지 않았음 뿐만 아니라 '달리오야 네가 세계를 알면 뭐 얼마나 안다고?' 하는 무시까지 하고 있었다.


전역 후 다시 마주한 이 책은, 세상을 향한 내 시야를 넓혀주는 비법서처럼 느껴졌다. 이때는 레이 달리오가 누구인지도 알았고, <변화하는 세계 질서>라는 거창한 제목에서 오는 '위대함의 기운'과 그 안에 들어있는 간단명료한 스프링 그림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내게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였다.


찾았다, 내 해골물. 이 책이 달라진 점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 책과 나 사이의 관계가 달라졌다면, 그건 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허세의 기운과 어쭙잖음은 사실 내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세상을 향한 시야 이전에 나 스스로에 관한 시선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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