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커피는 어른의 징표 중 하나였다. 법적으로 규제가 있는 술과는 달리, 커피는 씁쓸한 맛 자체에서 느껴지는 중후함으로 날 시험하는 듯했다. 카페에 가서도 달달한 녹차 라떼를 마시며, 난 아직 어른이 아니야 생각할 때가 있었다.
지난겨울 스키장에 간 일이 있었다. 리프트를 탔는데, 옆자리에 어린 형제가 나란히 앉았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돼요?' 라고 질문을 던졌고, 동생의 나이까지 챙겨주는 형의 늠름한 대답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는 형에게 '고학년이 되니까 어때요?' 하고 물어봤다. 깊게 고민하더니, '꽤 성장한 것 같아요' 라는 깜찍하고도 발칙한 대답을 내놓았다. 동생 옆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몰라도,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이제는 나도 커피를 마신다. 오히려 내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제 난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도 그 늠름한 형처럼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