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는, 가장 이상적인 수학을 잘하면서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정치에 관심사를 둔 미친놈이 있다. 고등학생 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친구이기에 놀랍지도 않지만, 대비되는 두 분야를 동시에 관철할 수 있는 그가 친구로서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얄밉기까지 하다. 그래서 사실 눈치 못 채게, 몰래몰래 그에 관해 질문하고 관찰하고 분석하는 중이다.
이 친구와 술을 마시던 어느 날, "넌 우리 고등학교 동기들 사이에서 뭘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전교 1등이었으니까 뭐 이해를 제일 빨리 했다느니 집중을 잘했다느니 하는 당연한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친구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 세상에서 제일 당연한 답을 했다.
"난 시험공부를 잘했어."
그의 재능은, 주어진 시험 범위 내용을 가장 빨리 구조화하고 각각의 중요도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음에 있었다. 그리고 이 재능은, 현실에 주어지는 다양한 인물, 사건, 관계를 가장 빨리 구조화하고 각각의 논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써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었다. 항상 생각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나와는 사고의 결 자체가 달랐기에, 이후 질문은 하지 않았다.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가 날 부러워해 '복수했다'라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애니와 오타쿠들의 성지 도쿄 아키하바라에 놀러 갔을 때, 난 거의 모든 캐릭터를 알고 있었다. 불타고 있는 메리호 앞에서 울고 있는 루피, 옷을 녹이는 약을 소개하는 프리렌과 그걸 무참히 부어버리는 페른. 성지를 방문한 오타쿠로서 열심히 즐기고 있던 와중, "야, 넌 이걸 어떻게 다 알아?" 하고 그 친구에게 질문을 받았다.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네가 정치인들 일생이나 경력 찾아보는 시간에 난 이걸 본거야." 하고 대답해 줬다.
그리고 그는 본인이 정치에 쏟은 관심과 시간을 곰곰이 되돌아보고는, 날 이해하고 존중해 줬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고 관심이 다르다. 어떤 재능이, 또 어떤 관심사가 좋고 나쁘다고 누가 감히 평가할 수 있을까. 내 친구의 특별한 재능과 멋있는 관심 분야, 부러워할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재능을 명확히 인지하고 활용하는 지혜와 내 관심사에 깊게 빠져드는 열정만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