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친절

by 미노칼럼

2025년 6월 3일까지, 비어있는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우리 눈앞에서 이뤄졌다. 지나가는 저 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아 소중한 한 표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그들의 인사에서 묻어 나왔고, 각 후보의 몸은 안타깝게도 하나뿐이기에 많은 지지자가 다양한 곳에서 대신 허리를 숙였다. 후보들의 인사용 멘트는 처절하리만치 친절했고, 또 구질구질할 만큼 다양했다. 지하철로 일터를 오가는 나는, 출근 응원과 퇴근 위로를 한동안 그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친절이 내게는 또 하나의 폭력이었다.


친절을 받게 되는 순간, 인간 대 인간 관계에서 응당 갚아주는 게 예의다. 지금과 같은 순간에서 갚을 수 있는 방법은 그 후보를 향한 투표뿐이다. 왜 내 '인간성'을 이용해 지지 방향을 강요하려 드는가. 차라리 '제게 한 표를 주세요!'라고 솔직하게 요구했다면 오히려 담백한 후보자로 인식했을 것이다. 차라리 '저는 저만의 이러이러한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믿어주세요!'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면 오히려 당당한 후보자로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간관계를 오늘도 무사히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무자비하게 들이미는 친절은, 부담 거부감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졌다.


참 정치인 하기 힘들겠다. 인사 안 하면 지랄할 거 뻔하니 열심히 인사했는데, 이번엔 인사 열심히 한다고 지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언급하며 국민 하나를 무시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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