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눌러 짜던 치약이 다 떨어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toothpaste가 채워넣는 순간, 이렇게 관계 하나가 또 정리되는구나 싶었다.
미국이라는 큼지막하고 멀찌막이 떨어진 곳에 도착한 지 3개월 정도 되는 즈음, 대학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만난 듯, 살아가는 얘기 변한 이야기 지루했던 날씨 이야기만 했는데도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현재의 내가 오랜만에 과거의 나와 대면했던 시간이었다.
최대한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떠나온 타지였다. 바쁜 사람들인 걸 알면서도 굳이 불러내기도, 그래도 아쉬워 우연인 척 한 번씩 더 보기도 했다. 준비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은 탓에, 정작 과거의 나와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듯싶다. 말랑을 넘어 무뎌보이기까지 한 이 피부를 세상에 대한 경계랍시고 두고 있는 내 안에도, 시간에 따라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나 보다. 당연하게 한국 죽염 치약을 눌러 짜던 나는, Arm & Hammer toothpaste를 사용하는 내가 되었다. 과거의 나와의 관계가 또 하나 정리되었다.
혹여나 과거의 내가 본인을 잊었다고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현재의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있는걸까. 과연 나는 미래의 나의 모든 것을 응원하고 좋아해 줄 수 있을까. 가까우면서도 먼 나 세 명이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