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목욕탕에 갔었다. 뜨겁게 데워진 탕에서 시원함을 즐기고 있을 때 즈음 할아버지, 아빠, 그리고 그 손주까지 3대 가족이 목욕탕에 들어왔다. 엄마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는 듯, 불편한 일이 있을 때마다 우렁차게 아빠를 불러대는 2~3살 정도 된 어린 손주였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서 시원함을 꽤나 즐길 줄 알았고, 이 사실 덕분에 마음 편히 할아버지와 아빠도 육아의 피곤함을 탕에 녹여냈다.
우연히 그 가족과 같은 시간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되었다. 아직 할아버지의 품보다 아빠의 품이 더 익숙하고 좋았는지, 그 손주는 할아버지가 있음에도 아빠가 시야에서 사라진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빠를 찾았다. 정신없이 수건으로 물기를 먼저 훔친 뒤, 3대는 드라이기와 거울 앞에 섰다.
아빠는 아들의 머리를 정성스레 말려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아빠는, 본인 아들의 머리를 정성스레 말려주었다.
할아버지에게 귀여운 손주는, 내 아들 고생시키는 고얀 놈이었으려나. 결국 할아버지도, 내 자식 내 아들에게 손이 먼저 가는 아빠였다. 그렇게 3대가 기차놀이를 하듯 머리를 말려줬고, 결국 가장 마지막에 나온 건 할아버지였다.
PS. 씻느라 못 받은 아빠의 부재중 전화에 다시 걸어, 아빠도 저녁 맛있는 거 먹으라고 한마디 툭 덧붙였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