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양식 중에서도 책은 '죽'이다. 우리에게 맛과 영양을 따뜻한 온기에 담아 슬며시 건네는 죽처럼, 책은 지식과 감정을 우리 앞에 슬쩍 내려놓는다. 천천히 내용물을 음미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찾기도 한다.
사람들이 굳이 먼 길을 걸어 숲 속 작은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돈을 내면서까지 책방을 가는 이유엔 이러한 '책' 자체의 특성도 있다고 본다. 나만의 속도로 읽을 수 있고 그 속도도 바꿔볼 수 있다. 또 언제, 어디서 읽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이더라도 다른 기억, 생각과 엮어볼 수 있다. 즉, 독자는 책의 내용을 소비함과 동시에 각자 다르게 재생산한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행동은 사실 꽤 힘이 많이 든다. 직접 내 눈으로 글 위를 달려야 하며 그 와중에 내용에 깊이 빠졌다가 또 한 발짝 물러서서 분석도 했다가, 이 사방팔방을 직접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슴슴하게만 느껴진 죽에서 깊은 맛을 느꼈을 때의 그 희열과 보람. 마라탕 같은 요즘의 콘텐츠에서는 즐길 수 없는 책만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