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닫는 것까지도 경험이다

당신에게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을 경험을 디자인합니다

by CCAMINO

처음으로 내가 직접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무인 렌탈 스튜디오'는 부족하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공간 이용 경험에 있어 고민을 많이했던 공간이었다. 햇볕은 어느 정도로 들어와야 할지, 공간 안에 냄새는 어떠해야할지, 문을 어떻게 열고 닫는게 좋을지. 공간 안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의 모든 것들이 좋은 경험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고민했던 건 바로 '무인 스튜디오'라는 공간의 특성을 잘 살리기 위한 '채광'이었다. 부동산 중개사와 함께 10여 곳에 달하는 공간을 둘러보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햇볕이 잘 드는지 여부였었다.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으레 빛을 차단하고 원하는 수준 그리고 원하는 색의 빛을 직접 조절하면서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기에 너무 밝은 채광은 사실 사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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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인'으로 혼자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제품 촬영을 하고 스스로가 모델이 되어 촬영을 도맡아야 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단시간 내에 빠르게 많은 촬영을 해야하는 1인의 브랜드 메이커들의 입장에서는 자연광만큼 편한 조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가장 첫 번째 고려해야 할 건 당연하게도 '오전부터 오후까지 채광이 풍부한가' 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자면 다양한 색감의 빛이어야 했다. 오전의 쨍하고 밝은 빛과 해가 질 때의 노르스름한 빛이 드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렇게 채광이 잘 드는 공간을 마련한 후에는 내부에 이용 경험에 집중했다. 공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떤 컨셉의 가구들과 소품들을 놓을 것인지, 냉난방 작동법은 어떻게 안내하는게 좋을지. 공간 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객이 가질 궁금함에 대해 집중했고, 그들이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위한 연출을 위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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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한 10분 정도를 혼자서 실험하면서 고민했던게 있다. 바로 문을 여닫는 방향이었다. 문을 밀면서 들어갈지, 문을 당겨서 열고 들어갈지를 혼자서 별의별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문을 열었을 때 공간의 채광이 한 눈에 'WOW!'할 수 있는 포인트로 작동하려면 문을 여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결과적으로는 문을 '밀고' 여는 방식을 택했다.


개인적인 의도이기는 하지만, 한 발 물러서면서 문을 열면 시야에 문이 한 번 걸리게 되는데 반대로 문을 밀면서 열게 되면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서 채광을 몸으로 받는듯한 느낌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능적 측면에서도 두 손 무거운 1인 고객들에게 미는게 수월하기도 했다)


공간에 대한 경험은 기획하고 연출한 의도대로 고객에게 가 닿는게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나의 의도대로 고객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내가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경험시켜주고자 했던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간을 기획하는 기획자라면, 고객의 경험을 기획하는 디렉터라면 고객의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최선의 경험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의 브랜드가, 나의 공간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무언가이기를 바란다면 더더욱 그렇다. 나의 철학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객의 경험에 극대화를 위해 누구보다 깊이 그 경험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별 것 아닌 문을 열고 닫는 방법 하나, 처음 마주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 하나가 결국 고객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선물하느냐 아니냐를 판가름 짓는 부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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