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WHY NOT? 말레이시아

by 쓰니파파

사실 해외살이를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그럼, 어디로 가지?"였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마음가는대로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3년 동안 수입 없이 아이들의 학비까지 부담하며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 순간
당연하게도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유럽과 미국, 호주는 거리도 멀고 물가가 너무 비쌌고,
일본과 대만도 고려해봤지만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그렇게 남은 선택지는 동남아시아였다.

그중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끌린 나라는 말레이시아였다.
왜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참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언어였다.
말레이시아는 영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다.
현지인들도 영어에 익숙했고,
학교와 병원, 관공서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건
우리에겐 굉장한 안도감을 주었다.

낯선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언어는 곧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였으니까.

더군다나 아이들이 해외살이를 하는 동안 영어를 중점적으로 익혔으면 하는 소망이있었다.
영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말레이시아는 내 마음속 1순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또 하나, 물가.
이건 현실적인 이유였다.
집세, 음식값, 국제학교 학비까지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꽤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3년은 충분히 살 수 있겠다."
막연한 계산이 머릿속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또 이상하게도,
말레이시아는 인터넷 속 ‘가족의 천국’처럼 보였다.

유튜브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는 가족들의 일상이 넘쳐났고
블로그에는 생생한 경험담이 줄지어 있었다.
아이들은 영어로 된 환경 속에서 밝고 자신감 있게 자라고 있었고
부모들은 새로운 문화 속에서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들이 참 좋았다.
내가 바라는 것도 그런 삶이었다.
더 크고 복잡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 또한 더 넓은 세상을 살아보고 싶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는 어떤 삶을 원하나?"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말레이시아를 향해 준비를 시작했다.
국제학교 학기 시작 시기, 입학 조건,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하나 정리했고
쿠알라룸푸르와 조호바루, 페낭 같은 도시들을 비교해가며
어느 도시에 살면 좋을지 상상해보았다.

정말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비자의 문제가 그 모든 계획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될 줄은 그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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