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비자는 까다로워요
"말레이시아는 아이가 몇 명이든 부모 비자는 1명 밖에 안나온데..."
아내가 컴퓨터를 보면서 실망스러운듯 이야기했다.
나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다 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국제학교 입학 조건도 확인했고,
학비도 비교했고,
생활비, 거주지, 날씨까지 다 검토했는데…
왜 이건 몰랐을까.
말레이시아는 아이가 국제학교에 입학하면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그 비자 덕분에 합법적으로 장기간 체류가 가능해진다.
거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문제는 부모의 동반 비자였다.
말레이시아는 원칙적으로
아이 한 명당 부모 한 명만 비자를 발급해준다고 했다.
즉, 우리처럼 아이 둘 + 부모 둘이 함께 가는 경우
아이 둘은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부모 중 한 명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게
"네 식구가 함께 간다"고만 생각했지,
그게 법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머리가 멍해졌다.
이미 마음은 말레이시아에 반쯤 가 있었는데,
그곳의 햇살, 거리, 아이들이 다니게 될 학교까지 상상했는데…
그 모든 게 순식간에 무의미한 꿈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부정했다.
"다른 방법이 있겠지."
"조금만 더 알아보면 예외가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알아볼수록 현실은 더 분명해졌다.
비자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옵션들도 검토했다.
MM2H 같은 장기 체류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초기 비용이 너무 컸다.
관광비자로 3개월마다 출국하는 방식도 생각해봤지만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면 너무 불안정했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산다는 것’의 안정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까지 억지로 말레이시아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말레이시아’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원한 건 단지 가족이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는 경험이었으니까.
그때부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럼, 어디로 가지?’라는
처음의 질문으로. 말레이시아는 그렇게 우리의 선택지에서 조용히 빠져나가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억지로 붙잡지 않기로 했다.
좋은 곳이었지만, 우리 가족을 다 받아들여 줄 수는 없는 곳이었다.
그 빈자리에 조심스레 다음 후보지가 올라왔다.
낯설지만 따뜻하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도시.
그리고 부모 두 명 모두 비자가 나오는 나라.
그곳은 바로, 태국 치앙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