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가슴이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한여름의 태국은 상상보다도 더 후덥지근했고,
주위를 둘러보니 낯선 글자들과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 속에서
‘진짜 왔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
치앙마이.
이름은 익숙했지만
발은 처음 디뎌보는 도시.
그리고 이 도시는
당분간 우리 가족이 살아야 할 현실의 공간이 되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호텔에서 며칠 머물며 발품을 팔기로 했다.
아이들 학교 근처를 중심으로,
조용하고 안전하고, 아이 키우기에 좋은 동네.
현지 중개업체에 연락도 하고,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라온 매물도 살펴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보러 동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집은 생각보다 비쌌고,
가격이 괜찮은 집은 위치가 너무 외졌고,
사진과 실제가 너무 다른 경우도 많았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언어로,
계약이라는 중요한 일을 진행한다는 건
단순히 ‘집을 구한다’는 차원을 넘는 모험 같은 일이었다.
어느 날,
너무 덥고 지친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본 한 주택 단지가 있었다.
잔디가 예쁜 작은 정원이 딸려 있고,
맞은 편에는 작은 수영장과 코코넛 나무가 있는
“여기 좋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집은 뭔가 우리에게 편안한 기분을 줬다.
햇빛이 잘 들어오고,
주방이 넓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그 공간을 좋아했다.
결국 우리는 그 집을 선택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던 날,
조금은 긴장된 얼굴로 종이에 이름을 쓰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직도 꿈처럼 느껴졌다.
이제 우리는 이곳에 산다.
관광객이 아닌,
임시 체류자가 아닌,
‘살 집’을 계약한 사람으로서 이 도시에 발을 붙인다.
그날 밤,
호텔 방에서 새로 구한 집의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보며
우리 부부는 소리 없이 웃었다.
“진짜 시작됐네.”
그 말에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먼저 떠올랐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여정.
이 집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고,
우리는 장을 보고,
저녁을 만들고,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살기 위한 공간’을 구하는 일은
단순한 부동산 계약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의 틀을 짜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삶은
조금씩, 아주 작게
이 낯선 도시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