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첫 등교날 아침,
아이들은 생각보다 덤덤했고,
나는 지나치게 긴장돼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학교 앞.
차 안의 공기는 가라앉았다.
큰아이는 창밖을 바라봤고,
작은아이는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이 아이들이 오늘부터 낯선 나라에서 학생이 된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전혀 모르는 언어와 환경 속에 홀로 들여보내야 하는 아빠가 되었다.
학교는 ABA(Ambassadar Bilingual Academy)라는 이중언어 사립학교였다.
태국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되고, 국제학교와 비교해서 저렴한 학비, 지금은 많이 늘었지만 당시에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엔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국제학교의 경우 입학시험의 허들이 높아 영어실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입학이 불가능해서 사실 이중언어학교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학교에 도착했다. 선생님들의 표정은 따뜻했다.
다시 본 학교 건물은 정돈되고 정직해 보였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아이들을 맞았다.
작은아이는 엄마 손을 꽉 잡았고
큰아이는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문을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갑자기 우리 아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낯선 언어, 낯선 얼굴, 낯선 시간표…
그 모든 것을 안고
아무렇지 않은 척 교실로 들어가는 이 작은 사람들.
“잘할 수 있을까?”
“힘들면 말할 수 있을까?”
걱정이 고개를 들 때마다
입가엔 괜히 씩 웃음이 걸렸다.
“재미있게 하고 와.”
“그냥, 오늘은 이름만 기억하고 와도 돼.”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론 백 가지쯤 되는 걱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작은아이는 아직도 긴장한 듯한 얼굴로 오늘 어땠냐는 물음에
“응, 생각보다 재밌었어. “라고 웃으며 이야기했고
큰아이는 "친구는 아직 없어, 근데 선생님은 좋아."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놓이면서 긴장이 풀렸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게
이 아이들은 이곳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그날 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지쳐 있었다.
마치 나도 학교에 다녀온 사람처럼.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제부터는 나도 다시 배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 문화, 사람들, 일상…
이곳에서는 어른도, 부모도,
모두가 다시 학생이 된다.
다시 배우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천천히 익숙해지는 것.
그게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