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사치의 행복
한국에 돌아와서 마트를 다녀왔다. 몇 년 만에 다녀 온 한국의 마트는 어제 다녀왔던 것과 같이 낯 익었다. 하지만 가격만은 치앙마이의 그것과 비교하니 낯 설었다. 지갑에도 특수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 것인지 치앙마이에서 두꺼웠던 지갑이 한국에서는 얇아졌다.
치앙마이에서의 나날들을 돌이켜보면 특히 시장의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빅씨와 매크로 식자재마트의 넓은 통로들, 그리고 매히아 시장의 좁은 골목들이 내 기억 속에서 하나의 지도를 그린다.
돈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같은 돈이 어디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라면 조심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망설였을 돈이 치앙마이에서는 한결 가벼워진다. 쇼핑카트를 가득 채워도 3000바트, 우리 돈 십여만 원이면 족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사치였다.
매크로와 빅씨에서 고기와 공산품을 사고, 매히아 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산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일주일 루틴이었다. 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들고 저울 앞에 서면 그 가격이 믿기지 않았다. 망고와 망고스틴, 바나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과일 가게 앞에서 나는 종종 멈춰 섰다. 열대의 햇살이 만든 달콤함이 이토록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걸으며 생각했다. 물가라는 것이 결국 삶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것을.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여유였고, 선택의 자유였으며,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권리였다.
아내와 나는 치앙마이의 시장에서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풍요로움을 맛보았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라기보다는 마음의 여유에 가까웠다. 장바구니를 채우면서도 지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그런 것들이 우리의 치앙마이 생활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었다.
지금 한국으로 돌아와 마트에 서면 가끔 치앙마이의 그 시장들이 그리워진다. 저렴했던 물가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 물가가 선사했던 마음의 여유로움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돈의 가치는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자유의 크기로 매겨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