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의 추억
새벽 여섯 시, 어느 날 아침 파타야의 호텔 주차장이었다. 아이들 방학을 맞아 치앙마이에서 방콕을 거쳐 파타야로 차를 이용해 여행을 왔다. 오늘은 일주일 간의 여행을 마칙도 돌아가는 날이다. 치앙마이까지는 약 12시간.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이 시간에 출발해야한다.
차는 시동이 걸렸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가족들이 뒷좌리에 앉았다. 치앙마이까지 12시간을 가야 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야해 기어를 후진에 넣고 엑셀을 밟았다.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다. 엔진이 터질 듯한 비명을 토해내면서도 차는 꿈쩍하지 않았다. 후진이 되지 않았다. 전진 기어를 넣어보니 차는 앞으로 간다. 주차장 구조상 전진만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더 전진을 했다가는 벽 때문에 더 전진할 곳이 없을 판이다. 뒷 좌석 아이들이 웃기 시작했다. 아내도 웃었다. 나도 웃었다. 황당했다.
여기는 태국이었다. 새벽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았다. 정비소를 부르기 어려웠다. 치앙마이까지 앞으로 12시간 운전해야 하는 날의 시작이 이런 것이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차를 샀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치앙마이로 이주한 직후였다. 생활비 가늠이 안 되니 일단 비용을 아껴야 했다. 렌터카는 월 렌트비가 부담스러웠다. 당연하게도 중고차를 선택했다.
구글 지도에 "used car"를 검색했다. 근처 중고차 가게들을 둘러봤다. 가장 싼 차를 골랐다. 2004년식 혼다 소형차였다. 당연히도 실망스러운 컨디션이었다. 이 년만 타고 팔 생각이었다. 싼 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매달 최소 한 번씩 정비소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사이가 되었다.
결국 아내가 차에서 내렸다. 차를 밀고 당겼다. 갑자기 후진이 되었다. 우리는 새벽에 호텔 주차장 차 안에서 환호성을 질렀고 우리는 차가 다시 말을 듣는 그 순간부터 치앙마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 후진할 일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행히 무사히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차는 언제그랬냐는 듯 그 이후로 후진을 잘했다.
지금은 이 이야기를 웃으며 한다. 그때는 심각하고 아찔했다. 이 일을 겪고 난 뒤로는 누군가 태국에서 저렴한 중고차를 사겠다고 하면 반드시 말린다. 후진이 안 되는 차를 몰아보면 값이 싸다는 이유로 감수했던 모든 것이 얼마나 비쌌는지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통해 중요한 것을 배웠다. 인생도 그렇다. 뒤로 가고 싶어도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웃고, 차를 밀고, 방향을 바꿔서 앞으로 다시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결국 우리 가족을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차는 도구다. 길은 있다. 우리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