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큰 쇼핑몰에 갈 일이 많다. 야외가 더워 현지인들도 주말에 주로 실내 대형 쇼핑몰을 찾는다. 진짜 태국 로컬을 느끼려면 시장이 아니라 쇼핑몰을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시장에는 외국인 밖에 없고 현지인들은 쇼핑몰에 모여있다.
우리도 야외의 더위가 괴로워 자주 쇼핑몰을 찾는다. 자연스레 식사도 이곳 푸드코트에서 하는 일이 많다. 처음 푸드코트를 방문했을 때 기억은 지독한 냄새였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수와 생선과 기름이 뒤섞인 향이었다. 맵고 달고 새콤한 무언가가 공기를 두텁게 만들었다. 멀미가 났다.
"이런 걸 어떻게 먹지?" "우리 애들 이거 못 먹을 텐데." 낯선 음식 앞에서 입보다 마음이 먼저 닫혔다. 아이들도 칭얼 대며 싫어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이런 음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카오팟이라고 불리는 볶음밥. 가장 무난해 보였다. 점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 스파이시, 플리즈." 아이들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카오소이였다. 카레 국수. 첫 번째 한입은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 한입은 낯설었다. 세 번째 한입부터는 이해했다. 사람들이 이것을 치앙마이 대표 음식이라고 하는 이유를.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이제 우리 입맛이 바뀌었나 봐. 태국 음식 괜찮은데? 고수만 빼고" 나도 웃었다. "응, 고수는 아무래도 적응이 안 되네."
첫째 아이는 음식에 많이 익숙해졌다. 학교 태국 급식도 곧잘 먹는다. 둘째는 치앙마이 있는 내내 익숙해지지 않아서 한식을 주로 먹었다. 그래도 둘째도 날이 갈수록 조금씩 노력하는 것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우리는 로컬의 냄새와 맛에 익숙해졌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 나라를, 그 문화를, 지금의 우리를 받아들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었다.
아내와 나는 어느덧 식사시간에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구글맵에 의지해 낯선 로컬 음식점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았다. 또 로컬 시장에 가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과일을 아이들과 나눠 먹으며 "이건 뭐지?" 하고 작은 모험을 떠난다.
입맛이 바뀌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조금씩 정착하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보다 혀가 먼저 이 땅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