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살면 심심하지 않나요?

by 쓰니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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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 살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거기 살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나는 한동안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서울도 아니고 도쿄도 아니다. 디즈니랜드도 없고 바다도 멀다. 겉보기에는 할 일이 없어 보이는 도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보니 안다. 우리는 이 도시에서 심심할 틈이 없다. 바쁘다는 뜻이 아니다. 여유롭다. 그 여유 속에서 하루를 조금씩 채워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헬스장으로 간다. 콘도 안의 작은 헬스장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러닝머신 위에서 나는 달린다. 아내도 옆에서 달린다. 우리는 가끔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그것이 우리의 아침 인사다.

점심때가 되면 로컬 식당을 찾는다. 치앙마이는 맛있는 도시다. 매일 다른 가게를 가도 새로운 맛이 있다. 쌀국수, 카오소이, 팟씨유, 바질볶음. 때로는 시장 골목을 걸으며 닭꼬치 하나, 찹쌀밥 한 덩이로 점심을 때운다. 로컬 식당들은 우리에게 작은 여행지가 되었다.

오후에는 단골 카페에 간다. 늘 앉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도 한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태국어 앱으로 퀴즈를 푼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중에 우리는 뭘 할까, 은퇴하고도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대화가 오래 남는다.

마사지를 받을 때도 있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날에만 갔던 마사지샵이 여기서는 일상이 되었다. 근육이 뭉쳤을 때, 머리가 복잡할 때, 그냥 기분을 바꾸고 싶을 때 간다. 레몬그라스 차 한 잔과 차분한 음악이 흐르는 어두운 방. 그 공간은 잠깐이지만 우리를 멀리 데려다준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함께한다.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한다. 숙제를 함께 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서로 영어 단어를 가르쳐주는 것을 본다.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오늘 뭐 특별한 거 해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지내는 게 오늘의 특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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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하루에는 큰 이벤트가 없다. 그러나 작은 즐거움들이 촘촘히 채워져 있다. 우리는 이 도시에서 심심하지 않게 살고 있다. 어쩌면 심심할 틈이 없을 만큼 마음이 충만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심심하지 않다. 여기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비어있지도 않다.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알차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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