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해 조용히 나누는 대화들
햇볕이 창문을 통과하여 카페의 탁자 위에 떨어졌다.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돌아가면 뭐 하고 싶어?"
아내는 커피잔을 돌렸다. 한참을 돌리다가 말했다.
"모르겠어. 아직은 진짜 모르겠어."
그 말이 솔직했다. 나도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어서 편했다.
치앙마이에서 우리는 하루를 산다. 조용하고 충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들이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영원하지 않다. 육아휴직 3년 중에서 1년이 지나갔다. 아이들이 자란다. 언젠가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정해진 일이다.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공무원 17년. 같은 자리, 같은 보고서, 같은 회의. 돌아가는 순간 시간은 이전의 속도로 흐를 것이다. 같은 자리에 갈 생각에 가슴이 무겁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어떤 이에게는 귀환이고,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출발이다. 우리는 그 경계에 서서 고민한다. 아슬아슬한 기분이다.
아내와 나는 가끔 미래를 말한다.
아이들이 중학생쯤 되면 다시 외국에 나와볼까. 치앙마이 말고 다른 나라는 어떨까. 서울에 가서 살아볼까.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천천히 살까.
이야기들은 구체적이지 않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든 가족 중심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새로운 장소가 아니었다. 새로운 삶의 리듬이었다. 이 리듬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지켜내고 싶다.
둘째가 그림일기에 썼다.
"나는 커서 태국에서 살고 싶다. 왜냐하면 아빠랑 엄마랑 여기서 웃는 시간이 많아서 좋기 때문이다."
그 한 줄이 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살아낸다. 그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에게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 연습이 된다. 조용한 연습이다.
돌아가면 뭐 하고 싶은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안다. 이곳에서 만난 시간의 온도를, 함께 웃었던 순간들을 그다음 삶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것을. 그리고 아마도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