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ssanova

지각

시작하며, 여행에서의 지각에 대하여

by 미농

여행과 지각


여행을 시작하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준비'다. 준비가 철저한 사람은 목표한 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가령, 여행 스케줄에 늦지 않으려 긴장하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결코 늦는 법이 없다. 나의 경우, 물론 버스나 비행기 시간에 결코 늦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 맞게 도착하는 바람에 마음 졸여야 했다. 리무진 버스 출발시각 20분 전에야 겨우 도착했다. 점심을 일찍 먹고 나오면 되는데, 아니면 점심 먹기 전에 일을 좀 더 일찍 끝내면 되는데, '알맞게' 나가야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경제학적 관념 때문인지(사실 이것도 핑계다. 늦지 않는 편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덜 수고로우니 더 경제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은연중에 자꾸 늑장을 부린다.


그럴 때마다 한 후배가 들려준 이야길 떠올려본다. 그는 누가 들어도 알 만한 명문 고등학교에서 공부했는데, 재학 중 수학여행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오후 즈음 학생들에게 자유시간을 줬다. 딱 오후 4시까지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자고 공지를 했다. 학생들은 동의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친구들이 약속시간에 늦었다. 딱 5분이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지각생들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는 그 때의 충격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정말 아팠다'고 했다. 또, 약속시간을 지킨다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그는 약속시간에 절대 늦지 않는다.


사실 좀 놀랐다. 명문고는 명문의 이유가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건 학생체벌의 관점에서 보면 인권을 모르는 무지막지한 선생님이다.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배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늦지 않는' 삶을 가르쳐줬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늦지 않는 삶을 살기로 작심했다. 시작이 반이랬던가. 역시 반 밖에 안 됐다. 습관의 관성은 결코 만만치 않더라. 이렇게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늦다니.


예전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차를 놓친 적이 많았다. 또, 데이트를 하다가 집에 가는 기차를 놓치는 일도 빈번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나 보다. 이런 나에게 일말의 기대라도 걸 수 있을까. 기상 상황 때문엔지 무슨 이유에선지 비행기 도착시간이 1시간 지체되었다. 늦은 거다. 그러니 승객들의 일정도 한 시간 뒤로 미뤄졌다. 비행기도 지각을 하더라. 회사든 개인이든 약속시간에 지각하지 않는다는 건 사소해보여도 대단한거다. 매 약속시간 30분 전에 도착하도록 마음먹고 준비해서 나오자. 만약 그런다면 결코 늦을 수 없다. 그런 생각으로 실천해보려 한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