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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Mar 14. 2017

햇볕이 들기에

그래도 나는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연다. 며칠된 습관인데 아직까진 바깥바람이 좀 차갑다. 아버진 밭일을 하러 가셨고, 나는 잠자는 누이를 빼놓곤, 홀로 남았다. 운동 다녀왔다가 창문을 닫고 나서려는데, 햇볕이 붙잡는다.


고갤 숙이면 은은하고, 고갤 들면 강렬하다. 마치 누가 나를 째려보기라도 하는 듯, 시선을 돌려보아도 괜히 신경쓰인다. 녀석은 내게 '힘내, 내가 있잖아.'고 말하고 있다. 끈질기게 그렇게 날 응원하고 있다.


내 방에서 볕이 드는 곳은 이 창가 뿐. 나날이 책으로 쌓이며 어둑해져가는 방 안을 따숩게 비추는 이 녀석이 고맙다. 떠나려는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 그 정다움이 고맙다. 그래, 포기 않아야지.


자전거로 등교한 민호도, 밭일 하는 아버지도 그렇게 응원해주련. 어린 생명들을 안아주고 있는 어머니에게도, 꿈결에 남친에게 사탕과 꽃을 받고 있는 내 누이에게도 함께 해주겠니. 오늘, 만날 나의 연인에게도. 같은 시선과 관심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그래,


햇볕이 들기에,

그래도 나는 살아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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