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글을 쓰며
우울한 생각, 실패, 태만, 혼란스러운 건망증에 짓눌려 그 어떤 감동이나 바람, 기쁨, 기대도 없는 자, 그러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나아가 ”당신은 나의 피난처이십니다.”고 말할 수 있는 자, 그의 믿음은 완전합니다.
‘실패가 가득한 인생도, 빛날 수 있음을 가르쳐주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란 고백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2015년 10월에 쓴 메모였습니다. 그 해, 저는 긴 방황과 고민 끝에 언론고시 생활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취업동아리를 그만 둔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또 실패한 것입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한탄하고 슬퍼했습니다.
2016년의 첫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무척 기뻤습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열심히 일한 것과는 별개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채 조직에서 겉돌았습니다.
실망감과 자책감에 슬프고 외로운 나날들이 계속 됐습니다. 절망에 젖어 살았습니다. 다만, 주일날 하나님을 찬송할 때만큼은 절실했습니다. 이 시간이 가지 않기를, 그저 월요일 새벽이 밝지 않기를 눈물로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실패만 거듭할 바에야 내 삶이 멈추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2017년이 밝았고 사월이 찾아왔습니다.
인생에서 사월은 말없이 찾아옵니다. 추위에 떨던 우리에게 따듯한 바람이 되어 앉기도 하고, 때로는 꽃과 함께 기쁨과 함께 옵니다. 때로는 잔인한 괴로움을 주고 갑니다. 겨울을 견딘 잔인한 황무지에서도 죽음을 대가로 씨앗은 생명을 틔웁니다. 그러니까 T. S. 엘리엇이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봅니다.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을 묵상한 까닭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는 확신만큼은 확실합니다. 지금, 하나님을 묵상합니다. 그 분은 언제나 동일한 은혜로 우릴 돌보시고 늘 사랑을 주십니다. 고난의 순간마다 피난처가 되어주십니다. 그런 하나님을 생각하면 황무지 같은 마음에도 파란 풀들이 돋아납니다. 꽃이 피어나고 천사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이 글은 사월 한 달간의 묵상집입니다. 철저히 실패하고, 넘어졌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소중한 이 기억들을 나누고 싶어 글로 썼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창피한 나날들을 묵상하며 글을 쓰는 일 밖에 못했던 부끄러운 아들을 용서하세요. 누구 아들처럼 성공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주 안에서 위안 받을 뿐입니다.
독자 분들의 인생은 어떠신가요. 저와 비슷한가요? 저보다 처절하신가요.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막막하고 힘드신가요. 출근이 버거우신가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침묵하심 안에 고통을 내뱉듯 숨을 토하고 계신가요. 우울한 어떤 날들은 숟가락도 뜨기 어려울 정도로 숨 막히시나요. 아니면, 그게 아니면 더 없이 행복하신가요.
즐거우신가요. 평화로우신가요. 심심하신가요. 따분하신가요. 또는, 우울하신가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주께서 긍휼을 베푸시기를 원합니다. 우울하기만 한 순간마다 주님은 나의 피난처시라고 고백하는 제 고백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그리스도인, 작가 허민홍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