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마지막 날

내 노력으로 하나님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by 미농

3월의 마지막 날 : 내 노력으로 하나님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괴로웠다. 3월의 마지막 날, 결과가 나왔다. 지난 일 년 동안 바라던 이직자리에 보란 듯이 떨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반년 간의 준비기간 동안 팔방으로 정보를 수집하며 어떻게든 합격하기 위해 발악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종 면접에서 세 명의 대상자 중에서 한 명이 불참했고 나를 포함해 두 명만 남았을 때 하나님께 되물었었다. ‘이 상황에서 떨어질 수 있을까요? 제게 주신 기회군요. 제 열심이 하나님을 감동시킨 거예요. 주여, 그렇죠? 정말 감사해요.’ 상대방은 경력이 더 길었지만, 내가 관련된 업무를 직접 도맡아했기에 더 경쟁력 있다고 믿었다.


면접 연습도 꽤 열심히 했다. 취업 관련 책들을 읽고 모의면접 동영상을 찍어 피드백을 했다. 면접질문에 대비하여 대표답변들은 암기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충분히 기도드렸다고 생각했다. 전도사님, 선생님, 교수님, 전 직장 동료들, 부모님, 벗들에게 기도요청 및 응원을 부탁드렸다. 나는 하나님을 감동시킬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니, 하나님은 나를 통해 감동해야만 했다.


첫 자기소개. 당당한 목소리에 한 면접관은 당차서 좋다고 말했다. 통계자료를 인용한 논리 정연한 답변에 서류를 보던 면접관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봤다. 직무에 관한 질문에도 척척 답했다. 이론 뿐 아니라 실무 지식으로도 자신 있었다. 모든 것이 무난하게 끝난 줄로만 알았다. 꼭 그런 줄 알았다.


발표 당일까지도 별 일 없을 거라고 믿었다. 부모님과 친구들, 여자친구 유미에게도 엄살을 부리긴 했지만 그건 극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한 효과였지, 진심은 아니었다.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미는 약속이 있다고 해서 만나질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합격을 의심치 않으며 새 직장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챙겨온 신분증을 보며 은근한 마음으로 사원증으로 변하기를 바랐다.


하나님의 영광이 되고 싶었다. 승승장구하는 나를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기를 원했다. 그러면 나도 좋고, 하나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일 테니까. 집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고 귀가했다. 어머니와 누이에게도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붙었다고 생각했다.


당당히 선발되어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고 또 청년리더로 우뚝 서는 그런 꿈을 꾸었다. 겸손의 왕, 예수님께서도 내게 ‘자만함에 미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만의 꿈에 젖은 채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 꿈은 영원히 간직해야 할 꿈으로만 남고 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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