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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23. 2017

당신의 가정에서 예수를 말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나입니다. 당신이기도 하고요.


우리 아버진, 꽉 막힌 부분도 없지 않은 보수적인 공무원이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근면하다. 그런 그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합리적이지 않은 기독교 가르침 때문인지 교회 결석이 잦다.


삶에서도 좀처럼 예수를 화제로 놓으려하지 않는다. 다만 식사를 하기 전, 손을 모아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의 기도는 어김이 없다. 그저 "하나님 뜻대로 하소서!"다. 목사님이 가장 좋은 기도라고 가르쳐줬다고 한다.


나는 그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칭하는 데 있어 아예 불만이 없진 않지만, 실제로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놀란다. 첫째는 어머니가 권사로 예비되셨을 때다. 적은 말로 기뻐하셨다. 간접적으로 놀랐다.


두 번째는 결혼 날짜에 있어 내가 꺼낸 '길일'이란 말에 "그리스도인은 그런 거 안 믿는다. 그런 거 고려하지 마라!"고 말씀하신 모습에서였다.


이렇게 놀랄 일이 많아지면서 요새 의도적이든 아니든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다고 교리를 토론하는 일까지야 아니지만, 교회를 주제로 이야길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감사다.


우리 가족, 나머지 네 명의 멤버들은 나름대로 굳건히 크고 작은 신앙의 전쟁을 치러온 참전용사다. 아버지의 신앙은? 짐작컨대, 훈련병 쯤 되지 않을까. 중요한 건, 그의 신앙이 은혜로 자라고 있다는 거다.


그리스도인은 훈련된다.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로 자라난다. 전자는 한계가 있되, 후자는 한계도, 처음도 끝도 없다. 심지어는 어떤 은혜가 얼마만큼 주어질지도 모른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우리 아버지가 하나님께 얼마나 아름답게 쓰임 받을지를! 사용하소서, 주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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