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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Nov 03. 2017

사장님 댁에서 묵다.

얼떨결에 북촌한옥마을행


사장님 내외께서 인터뷰에서 "은퇴하면 작은 한옥집에 카페를 열고 지내고 싶다."고 하셨다.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가 됐다. 서울영업부에 기획안 발표차 일정이 있어 SRT를 타고 급히 올라갔다.



아내에게 서울에서 하루 묵고 잔단 얘길 못했는데, 다음날 회의일정 때문에 어쩌다보니 1박을 묵게 됐다. 숙박하게 된 곳은 인터뷰에 나왔던 사장님의 작은 한옥집.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연매출이 네자릿수를 바라보는 한 기업의 대표 집이라고 보기엔 작고 소박했다. 씻고, 사랑채에 누워 책을 두 권 골랐다. 한 권은 일본인 건축가의 이야기, 한 권은 지적 생활에 관한 이야기.


금세 한 권을 독파하고 나머지 한 권은 반쯤 읽어놓고서 다음 날이 됐고,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 번화가, 사람들, 건물들, 직장인들.


서울에 오면, 그냥 더 바빠지는 것 같다. 물류파트 배송 건도 해결했고 오늘 회의도 마쳤다. 기획안도 이제는 피드백을 처리해내야 한다.


돌아가는 기차안, 다음 역에서 내리기 전에 글을 써본다. 어제 오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과거와 만나고 있다. 글쓰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고 싶었지만 지금은 회사원인 나의 삶.


오늘 또 월급을 받았다. 집들이 잘 끝내고 주말에 아내랑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녀올테다.


만족스럽다. 내가 할 일을 내가 할 수 있고 또 그 일이 회사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 꽤 괜찮은 일상이다. 그렇다.


아내가 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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