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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Dec 23. 2017

주목받지 않는 결혼 후의 삶

17/12/23


결혼식에 다녀왔다. 아내의 직장동료 언니가 결혼을 한다기에 갔다. 역시나 많은 하객 분들께서 축하하러 오셨다. 보기 좋았다. 남녀가 하나가 되는 일,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결혼의 역사도 장구하리라.


타인의 결혼식을 보며, 나의 결혼식을 뒤돌아보게 됐다. 타자의 시선에서 마냥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내 결혼식이었지만,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보니, 너무 루틴했다.


또, 기뻐하는 신랑 신부만큼이나 앞날에 대한 걱정도 앞섰다. 결혼생활이란 99번의 고개를 넘는 일인데, 결혼식은 주목받지만 ‘결혼 후의 삶’은 주목받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뭣이 중하냐고? 명백히 후자다.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우리는 어떤 면에서 어리석다. 동갑내기 가수 종현의 죽음을 생각하며 나는 보이는 것의 덧없음을 곱씹는다. 푸른 라디오를 그만의 목소리로 품었던 DJ의 삶은 아름답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스스로를 평가했을 땐 괴로움과 고통의 연장선이었을테다. 그에게 출구가 되어줄 친구나 연인이 있었더라면,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까.


오늘 결혼식을 보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혼 첫날 밤보다, 신혼집 구성보다 중요한 건 ‘결혼 후의 삶’이다. 결혼하신 두 분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중요한 것을 잊지 마시기를, 건투를 빕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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