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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21. 2018

슬픈 이야기

업무 스트레스 받지마



“업무 스트레스 받지마. 혹여나 힘든 게 있다면 반드시 얘기하고.”


그런 사수의 잔소리가 귀찮았다. 그와는 별개로 그는 참 좋은 사람이다. 작은 것 하나 알려주려고 하고, 어려운 일도 차근히 설명해주는 친절한 분이다.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하면 그는 꼭 이 말을 덧붙인다. 힘들면 얘기하라고. 늘상 근거로 드는 이야기는 전 직장의 한 동료가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내게 “스트레스 받지말고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 나는 웃고 말았다.


그는 수상하게도 목소릴 가다듬더니 입술이 떨며 말했다.


‘하필, 그게 그 사람에게 잔소리한 이틀 뒤였어.’


‘결산이라 얼른 마감해달라고 소리쳤지. 근데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할 줄이야. 사장님 보고를 앞둔 터라 어쩔 수 없었어.’


동료는 자살했고, 그는 뛰쳐나오듯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입사한 게 우리 회사다.


동료에게 죄책감이 들어 장례식장도 못 갔다고 했다. 만삭인 부인을 두고 생을 마감한 그가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내게 업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며 그렇게도 강조했던 것이다. 그의 잔소리가 동료의 결단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음이 아팠다. 사수가 평생 지고 갈 짐이란 걸 알았기에.


얘길 듣고 보니 그 말이, 이제는 지겹지 않았다.


외려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살아야지. 살자. 살아보자. 삶에 감사한다. 오늘도 하루가 또 저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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