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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23. 2018

목장의 기억


큰 이모네 집은 여섯살 내 기억엔 젖소 무리들을 기르는 우리를 포함한 대농장이었다. 수줍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외향적이고 목소리 크던 이모가 다가오면 곧잘 뒷걸음질쳤다.


습관이 된 탓일까. 여느 때처럼 엄마랑 동생들과 이모네 집에 놀러갔다 이모가 달려오는 바람에 뒷걸음질치다 젖소의 대변을 밟고 말았다.


꼬까신으로 산지 얼마 안 된 운동화는 더러워졌고 억울한 감정은 눈물을 쏟아냈다.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20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를 지금도 나를 만나면 꺼낸다는데 있다. 물론, 그처럼 그 당시 위엄이 넘쳤던 큰 이모네 농장을 머릿속에 사진보다 익숙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젖소 농장을 가면 큰 이모를 떠올린다. 그 당당한 모습을, 그 거대한 젖소들을. 지금은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파산해도 악착같이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지 않은가.’ Dum vita est, spes es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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