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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l 11. 2018

치욕적이며 부끄러웠던 날

18/7/11 20:30


장인어른을 따라 침대 배달하러 손님 집으로 향했다. 어찌 장인 혼자 침대를 낑낑 들고 옮기는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사위는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마치 정의감에 불탄 젊은이처럼 그랬다.


그러나 가구를 옮긴다는 것은 힘보다 기술이 더 필요한 일이었다. 몸무게나 키가 훨씬 무겁고 큰 나에게 침대의 한 부품조차도 버거웠다. 이내 천장에 조금 닿아 약간 기스가 났다. 프로인 장인어른과 달리 나는 초보였기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손님의 반응이 두려웠다.


우리가 침대를 전부 옮겨놓기도 전에 손님은 언성을 높였다. 침대를 당장 다시 환불해달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일부 금액을 깎아준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은 준비된 색칠 페인트로 가리면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보기 어려웠다.


잘못은 맞지만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사위가 홀로 나선 장인을 돕기 위해 따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손님도 조금 동정하는 눈치였다. 허나, 어디 프로의 세계에 잔실수가 용납될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액수의 돈을 돌려주고 나서야 침대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다.


“가끔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계시지.”

장인어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하락했다. 모든 일을 잘할 수야 없겠지만 조심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훈을 얻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 프로가 아니더라도 프로처럼 최선의 집중력을 발휘해야했다.


이 날을, 이렇게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날이었다. 그러나 이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도록 결점을 고쳐나가겠다. 그렇다. 다음 배달때는 좀 더 나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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