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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Aug 17. 2018

이 별에서 이별까지


이별을 했다.

검을 쥐었던 손을 9개월만에 내려놓았다.

아내는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온음료 두 박스, 우리 회사 선물세트를 사고 스승을 뵈었다. 그는 그만둔단 내 문자에 답 없이 약속시간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는 답했다. ‘이게 끝이 아니겠죠?’

꿋꿋이 밀려오는 파도같은 감정을 방파제처럼 막아내고서야 답을 했다.


‘네, 물론이죠.’


스승의 아들 민준이는 여덟살, 그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내일은 안 나오는 거예요?’


천사의 순수함을 가진 그는 이별에 길들여지지 않았나보다. 나는 여행을 떠난다고 둘러대며 도복은 집에서 세탁하기 위해서 챙기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무언가 이해한듯이 아주 작은 머리를 여러번 끄덕였다.


그날은 스승의 큰 눈망울에 파란 하늘꽃이 피는 걸 처음 보았다. 그 꽃은 별 같았다. 형용할 수 없는 푸르스름하고 투명한 보석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무사 중의 무사요, 검사 중의 검사인 그가 그 강인함을 내려놓고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때론 가혹한 그의 트레이닝에 검을 들어 일격을 선사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는 스승이었고 그 누구보다 강했기에 나는 검도 들어볼 생각을 못했다. 헌데, 지금 그는 너무나 유약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다.


돌아서고서야 상실감이 쏟아져내렸다. 밖은 가뭄이지만 마음엔 홍수가 내렸다. 이 감정을 조금씩 쓸어내고 닦아내고서야 정리가 조금 될 것 같다. 깊은 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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