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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Sep 16. 2018

살고 결혼하고 죽고


삶을 두 단계로 나누면, 결혼 전과 결혼 후로 나누고 싶다.


삶을 세 단계로 나누면, 결혼 전의 삶과 결혼하며 겪는 삶, 그리고 부부 중 한 사람의 죽음 후 남겨진 자의 삶으로 나누고 싶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삶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삶이 같아진다는 것은 아니다. 동반자가 생기며 삶의 형태는 크게 바뀐다.


부부가 된 후로는 둘 중 한 사람을 빼놓고 삶을 이야기 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은 살다가 결혼하고,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다.


결혼은 기독교의 율법과 닮았다. 사람을 억압하는 면이 없지 않으며, 제약 가운데 가두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제약은 어떤 의미에서 자유가 된다.


이를테면, 울타리 안에 가둔 양떼는 경계 없인 외부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군인은 그 철조망 밖에서는 안전을 담보받을 수 없다. 내국인은 외국인보다 국내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제약은 있지만, 부부의 법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을 해라!’는 포저티브 규제보다 ‘무엇만큼은 하지마라!’는 네거티브 규제가 더 큰 자유를 주는 까닭이다.


나를 닮아가는 상대방에게서 내 단점을 발견하며 고쳐갈 수 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방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책임감도 생긴다. 외롭지 않다.


결혼을 앞둔, 결혼을 하는 주변인들에게 나는 결혼전도사다. 망설일거라면 결혼하는 편이 낫다. 거짓말이 아니다. 상대방과 함께 하는 삶에 확신이 든다면, 늦은 밤 헤어지며 아쉬워한다면, 그때가 결혼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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