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협동조합 만들자'의 저자 김성오 교수와는 조금 다른 생각
한국 협동조합 기본법상 기업으로 성공하는 것, 조합원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 공헌하는 것의 세 가지를 주문했다. 이를 놓고 저자 김성오 교수는 '무겁고 힘든 짐'이지만 결국 '협동조합이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아주 좋고 착한 기업이라는 점을 공인해놓은 것'이라며 '사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로 명예가 주어진다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입장은 조금 다르다.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온전히 영위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게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다기에 고개를 끄덕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도 협동조합 이미지에 대해 대번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다. 그나마 협동조합 연구자가 활동가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중들은 그저 모르거나 무관심하고 오히려 휴면 협동조합이 늘어남에 따라 품질이 떨어지고 지원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 아니냐며 부정적 인식을 가지곤 한다.
김 교수는 협동조합을 성공시키는 것이 '명예'를 얻는 것이며, 그 자체로 명예를 얻는 것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협동조합을 했다면 재벌은 못 되었을지라도 협동조합사에 길이 남을 사람이 되었을거라고 말한다. 정말?
스티브 잡스의 애플 사가 협동조합이었다면, 지금의 스마트폰도 없었을 지 모른다. 냉혹한 경쟁세계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하에 누군가의 시대를 뛰어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채택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보상받지 못할 아이디어를 쉽사리 조합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을까? 도덕적 해이나 무임승차 없이 조합원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이 담보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소 비현실적인 것이 사실이다.
협동조합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명예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명예만으로 협동조합을 경영하거나 운영하는 유인을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명예가 사람을 살찌게 하는가? 더불어 사는 이타심, 친구, 동료와 함께 발전하며 성장하는 데 감사함을 느끼고 사회에 공헌하는 데 마음씀씀이를 두고 미션과 비전을 가진 사람들의 활동들. 그것을 명예로 가두어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협동조합 3.0이 필요하다. 최초의 협동조합이 1.0, 몬드라곤과 우리나라의 농협이 2.0이라면 지금은 3.0의 시대가 필요하다. 협동조합 혁신가가 절실한 시점이다. 협동조합은 왜 과학기술 분야가 없을까? 왜 유인책이 부족한 걸까? 세계의 흐름을 읽는 트렌디한 비즈니스와 혁신적인 아이템이 왜 나오지 않는 걸까를 고민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협동조합 활동가와 경영자들 간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릴 것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