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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08. 2019

육아 3주 차 : 처음, 기저귀를 갈다.


산후조리원을 떠나오다.

우리가 머물렀던 H 산후조리원, 정말 만족했다. 처음엔 에어컨 시스템이 좋지 않아서 클레임도 많이 제기하고 실장, 팀장님을 비롯한 직원 분하고 얘기도 했다. 30도를 웃도는 5월의 무더위 속에서 결국 에어컨은 고쳐지지 않았지만 대신 방을 옮겨주신 덕에 그나마 시원하게 지냈다.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무척 친절하셨다. 우리 알콩이가 예쁘다며 칭찬도 여러 번 해주셨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하라며 도움을 주셨다. 그런 선의에 우리도 미소 지었고 단 2주였지만 더운 것 빼곤 다른 모든 것에 만족했다. 마지막 집에 가는 날도 차까지 아이를 실어주시는 배려까지 해주셨다.



처갓집으로 온 알콩이, 실전 육아의 시작

처갓집으로 오자마자 알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고 모유를 주는 모든 일이 우리가 스스로 할 일이 됐다. 밤이 힘들었다. 12시 40분이 넘어 마지막 수유를 끝내고 잠이 들었지만 새벽 3시, 아침 6시에 수유를 해야 했다. 트림을 시키고 잠을 들어야 했으니 내가 꿈나라에 있던 새벽 3시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낮에 아내가 눈을 붙일 수 있게 아이를 돌봤다. 아이를 혼자 본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일 것인데 내가 없는 평일에도 아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기저귀를 갈다.

방귀도, 트림도, 대소변도 성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좋은 모습’만 봤던 것일까. 비유하자면 화장을 벗은 여인의 모습일 수도, 서먹한 친구와 친해졌을 적에 드러나는 그의 본모습일 수도 있겠다. 멀리서 보지 못했던 것은 가까이 보았을 때 확연히 느끼게 마련이다. 이제 정말 내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자랑스레 아내가 잠든 틈을 타서 처음으로 대변 기저귀를 갈았다. 허나, 의욕이 앞선 탓이었을까. 배설이 끝난 줄 알고 갈던 틈에 추가로 변이 배출됐다. 역류방지쿠션은 물론, 속싸개까지 다 세탁해야 했다. 아이는 울고 아내도 깼다.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다.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진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이제 시작이다.

육아의 시작이다. 벌써, 여느 딸 가진 아빠와 다를 바 없는 딸바보가 됐다. 딸아이가 자랄 세상이 더 밝고 희망적인 곳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바람에서 그치진 않을 것이다. 아빠로서의 나름의 다짐이다.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해낼 수 있기를. 그것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기를. 또, 내 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방 한편에서 책을 편다.


아이와 함께 할 세상이 기대된다. 아내에게 고맙고 평일부턴 내가 없어 힘들어질 일과에 미안해진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도 우리가 각자 엄마의 몫, 아빠의 몫을 충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나중엔 알아주지 않을까.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끝나려 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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