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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15. 2019

육아 4주 차 : 첫나들이, 예방 접종하다.


알콩이의 첫 예방접종

모처럼 주말을 맞아 소아과에 가기로 했다. 우린 얼마 전 ‘비소’ 성분이 나온 도장형이 아닌, 주사형을 맞기로 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예방접종이고, 무엇보다 안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도시에는 보건소 외엔 주사형을 놓는 병원이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형을 맞거나 다음 주에 아내가 홀로 보건소를 가야 했다.



30km를 달려 다른 도시로 향했다.

그럴 순 없었다. 주말에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24일 된 신생아지만 충분히 준비하고 조심히만 다녀온다면 왕복 1시간 미만의 거리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우선 카시트를 설치했다. 내 차인 SUV가 아닌 아내의 세단을 이용했다. 수유를 위해 간단한 용품을 챙겼다. 출발은 험난했다.



배고팠던 아이는 울었고 갈 길은 멀었다.

데이트할 때 자주 놀러 갔던 곳인데 무척 멀게 느껴졌다. 아이는 배고파서 울고 아내는 달랬다. 나는 최대한 반동을 줄이기 위해 안전운전에 집중했다. 절반쯤 지났을까. 아이가 잠이 들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도착했을 때 우리 앞에는 화려하지 않은 보통의 소아과 의원이 보였다. 안에는 8~90년대에 사용한 듯한 낡은 의료기기와 병실이 보였다. 간호사는 두 명이었는데 간호사복조차 20년이 넘은 듯한 오래된 스타일이었다.



오래된 것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면

아내와 나는 이사를 꿈꾼다. 저축을 하고 있다. 우리 집 아파트는 20년이 넘었다. 리모델링을 했지만, 층마다 세대수가 많아 소음도 많고 엘리베이터도 부족하여 조금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새 아파트를 동경한다. 아이 두 명이 되어도 공간이 충분한 그런 아파트 말이다. 새 것이 역시 좋다. 오래된 것은 그리 반갑지 않다. 오래된 아파트가 그렇다.


오래된 것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오래된 건물이 때로는 그렇다. 오래된 병원 건물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청결한 모습으로 환자를 맞이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먼 길을 찾아온 아이와 부부를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은 진지함으로 맞았다. 하나씩 부모에게 아이에 대한 정보를 물었고 질문했다. 조급하지 않았다.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어도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들여 진료했다. 적어도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것 같았는데 경청할 줄 아셨고 겸손했다. 선생님께 감사했다.


간호사님도 좋았다. 예방접종으로 울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찡했는데 한 가지 팁을 알려주셨다. ‘수유 중에 접종하는 것’이다. 시도해보니 글쎄 눈물 한 방울 없이 접종을 했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였을 것이다.



4kg, 첫나들이, 성공적

알콩이는 세상에 나온 지 24일 만에 1.3kg 정도 증가했다. 매주 0.4kg가량 증가한 셈이다. 잘 크고 있어 다행이다. 멀리 병원에 간 일이 첫나들이가 됐다. 성공적이었다. 몸에 열이 많은 아이를 위해 태열에 좋다는 연고까지 처방받았다.


아내와 한의원에 가서 한약도 지어왔다. 한의사님이 힘든 부분 없냐는 말에 아내는 불안한 듯 둘러댔다.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은 숨기고 싶었나 보다. 한의원에서 나오고 나서야 ‘우울하다.’고 말했다. 가슴이 아팠다. 속내를 잘 밝히지 않는 아내가 겪을 상심과 어려움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첫나들이, 그래서 더욱 함께인 아내에게 고맙다. 우린, 잘할 수 있을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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