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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23. 2019

육아 5주 차 : 토가 줄었다. 아이템이 늘었다.


 구토 때문에 괴로웠던 한 주

 아이의 아픔은 부모에겐 죄책이 된다.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신생아라서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 경험해보면 아는 일이라도 당황스럽고 겪어보지 않아 우왕좌왕하곤 한다.

 

 우리가 그랬다. 구토를 하니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갈수록 걱정이 됐다. 코로도 토하고 입으로도 뿜는다. 심할 때는 하루에 13번 모유를 수유하면 13번 다 코와 입으로 뿜었다. 트림을 시켜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의 육아 선배들에게도 고견을 구했다. 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원래 아이가 어릴 때, 특히 신생아 시기에는 토를 많이 하고 대부분의 경우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증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트림을 시키고 나서도 몇 분 더 안아주는 것이다. 가령 10분 정도 밥 먹고 안아줬다면 15분, 기존에 15분이었다면 20분 식으로 5분씩 더 안아주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나는 단번에 트림을 시키고 나서 역류방지 쿠션을 이용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역류방지 쿠션을 쓴다한들 구토 자체를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아주고 또 하다 보면 나름의 트림을 하도록 하는 스킬이 생겨서 조금씩 재미와 실력이 붙었다. 다행이다. 이제 구토가 제법 줄었다. 뿜기보단 지금은 대부분 입에서 흐르는 식으로 한다.



 당근 마켓, 아이템을 구비했다.

 여러분은 당근 마켓을 알고 계신지? 육아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구비하는 데 최적화된 앱이라고 생각한다. 시내를 누비며 주말 간 3개의 아이템을 샀다. 아기띠도 사고, 고급 바운서, 컬러/흑백 모빌도 샀다. 정가의 50%에서 70% 미만의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 당연히! 둘째까지 쓸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라 그런지 물품도 대체로 믿을만하다.



 아이가 클수록 부담도 커진다.

 커리어에 대한 부담이 있다. 40세 전에 박사학위를 받아서 지역 내 전문가로 독립을 하고 싶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일을 하고 싶다. 첫 직장에서 대전지역 연구소 소장이 한 분 있었는데 그는 오후 3-4시면 퇴근한다고 했다. 왜 이리 빨리 퇴근하는지를 여쭤보니 아이 때문이라고 했다.


 알려진 바로 그는 그 분야의 최고급 전문가였다. 그렇다 보니 단 만 40세 나이로도 커리어적으로 독립된 삶을 꾸리고 있었던 것이다. 직장에서 9 to 5의 삶만 되어도 훌륭하다. 퇴근시간을 100% 준수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4시 이전에 퇴근하면 은행업무도 볼 수 있다. 급여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이렇듯 업무의 자유도인 것이다.


 아이의 얼굴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가족을 굶기지 않겠다.’는 나의 말에 아내는 답했다. ‘아니, 내가 당신과 아이들 굶기지 않을게.’ 여장부의 대답이다. 고마운 말이다.


 아내는 공직에 있다. 그래서 그녀의 말이 설득력 있다. 나는 쳇바퀴를 굴리면서 챗바퀴 밖의 삶을 함께 봐야 한다. 괜찮다. 내 인생의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위안을 삼아 본다. 끝까지 정도를 걸으리라. 나와 아내는 최후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누구의 것인가

 과묵한 장인어른께서 아내와 내가 식사만 하러 거실로 나오면 아이를 보러 방에 들어가신다. 처음엔 우릴 배려하기 위한 감사한 일로 생각했다. 허나, 그것도 그렇지만 자기 손녀딸을 보고 싶어서였다. 나는 처가에 있으면서 수유할 때도 있고 아이가 소음 등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어 은근히 방문을 닫았다.


 그러다 보니 장모님은 자주 다녀가시고 처제도 기회 때마다 오가지만 장인어른께선 체면도 있고 하여 자주 오가시지 못한다. 지난번 친척들 술자리에서 그 아쉬움을 내비치셨나 보다. 아이는 누구의 것인가. 부모의 것도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아이는 스스로의 삶을 살고 부모는 미성년까지 그 길을 바르게 인도할 책임이 있다.


 또 한 가지 책임이 있다. 가족에게 두루 사랑받게 해야 한다는 책임이다. 이건 부모의 몫도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꽁꽁 감춰둘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 순간을 공유하고 사랑받게 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아이는 두루 사랑을 받고 가족들도 아이의 순간들을 기억 속에 넣어둘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한 기억은, 특히 30일밖에 안 된 신생아기의 아이와 함께한 기억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 책무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여기 머무르는 동안 책무를 다하고 싶다. 일을 마치고 오신 장인어른께 잠깐이라도 손녀딸을 보여드리는 일은 어렵지 않으니까.


 난 부모지만, 모든 일에 초보다. 늘 새롭게 깨닫는 일이 너무 많다. 사람이 처음부터 잘하는 일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런 일은 없었다. 순간에 판단하고 피드백하며 다음 결정에 한 번 더 심사숙고하며 성장해왔다.


 육아도 그렇게, 한 숨 고르고 배우고 아내와 상의하면서 조금씩 잘 해내려 한다. 이제 5주 차다. 앞으로의 일이 여전히 기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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