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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30. 2019

육아 6주 차 : ‘사랑해, 고마워, 잘하고 있어!’

 

 부부간 다툴 일은 늘어난다.

 생전 처음 아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우리는 초보 부모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의견을 맞추지 못했던 육아의 사소한 일들이 많았다. 가령, 아이를 안아줘서만 재우는 아내와 달리 난 공갈젖꼭지를 써서 재운다.


 공갈젖꼭지를 많이 쓰면 좋지 않다고 만류하는 아내와 생각이 달랐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아이를 키우게 되면 의외로 결정해야 할 이 ‘사소한 일들’이 많다. 결코 간단히 무시할 만한 일은 아니다.



 집에 가기 싫은 남편, 이제는 공감한다.

 직장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곧바로 육아현장에 뛰어든다. 아이의 목욕을 담당하고 트림을 시키고 재운다. 아내는 고생이 많다.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육아란 노동을 해온 당신이다. 남편도 힘들다. 회사 끝나고 집에 가며, ‘또 일하러 간다.’ 던 직장 선배들의 말을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육아를 부부 공동의 몫으로 보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일을,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 세대 때는 어떻게 어머니 홀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 대단하다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힘들 때, 힘이 되는 마법 같은 한 마디.

 실은 아이가 생기고 육아에 정신없어 아내를 제대로 안아준 적이 없었다. 산후조리 때문에 몸이 좋지 않아서 선뜻 안아주지 못했다. 아이를 데리고 산후조리원에서 나오고 나서는 육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못했다. 변명이다. 퇴근하면서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했단 생각이 들어 오늘은 꼭 수고한 아내를 안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는 길,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팁을 하나 알려주셨다. 아내가 고생하니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라는 주문이었다. 힘들 때 힘이 되는 말이라고 덧붙이셨다. ‘이거다!’ 싶었다.



 아내를 보자마자 말했다. “여보, 고마워.”

 아이를 재우던 아내가 이 말을 듣자, 동그란 눈으로 ‘잉?’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을 이었다. ‘당신, 잘하고 있어. 오늘도 고생 많았지? 많이 사랑해!’하고 안아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힘이 들어 작은 일에도 민감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런데, 이렇게 표현하니까 서로 말투가 바뀌었다. 긍정적인 말이 오갔다. 각자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이 마법 같은 말을 매일 해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교회에 간 날

 어느덧 생후 39일. 아이가 제법 컸다. 용길 내서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같이 갔다. 아내의 산후조리와 신생아인 아이 사정으로 매주 혼자 갔는데 이번엔 아내와 아이도 동행했다. 기분이 좋았다. 바구니에 아이를 태우고 유아실에 들어갔다.


 셋이서 나란히 앉아 말씀을 들었다. 예배 후에 많은 분들이 아이를 귀여워해 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기도했다. 우리 아이가 악인의 꾀를 쫓지 않고 결코 오만한 자의 자리에 서지 않는 복 있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육아의 실전, 이제 집으로 간다.

 출산 후 2박 3일은 입원했었고 2주는 산후조리원에 있었다. 4주간은 처갓집에 머물렀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가면, 산모관리사 분께서 딱 2주간만 함께 해주신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여 이제 정말 아무런 주변의 도움이 없을 때를 준비해야 한다.


 이후엔 부부끼리 식사를 비롯한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 육아의 실전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아내는 두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부모라면 누구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아내와 내가 대화하면서 마음을 나누어 협력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팅. 새 시작이다.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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