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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l 14. 2019

육아 7주 차 : 우리 집으로 이사하다.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는 말이 부자연스럽지만, 사실이다. 산후조리원과 처갓집을 전전하며 아내의 회복과 육아를 위해 노력했던 우리가 다시 집으로 왔다.


 아이를 위해 베란다에 피어났던 곰팡이를 정리했고, 밤을 새우며 친환경 페인트를 칠했다. 두 번, 세 번 칠할 때마다 순백색이 아이의 마음처럼 깨끗하게 펼쳐졌다.


 밤늦게 아빠와 엄마도 합류했다. 땀과 페인트로 범벅이 된 몸을 쓰러지듯 가누고서야 작업이 끝났다.



 밤마다 함께 자고, 새벽마다 함께 깬다.

 언제나 아이와 함께여서 즐겁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날마다 목욕시키고 잔다. 자고 일어나고 새벽엔 같이 깬다. 물론 깰 때마다 회사에 출근하는 나를 배려하여 아내는 모유를 먹이고 소화시키고 재운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든다. 미안하지만, 참 고맙고 감사하다.


 

 집안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쁠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아이의 빨래, 우리 빨래, 설거지, 밥하기, 아이 돌보기, 청소하기 등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일이 있었다. 서울 출장길에 다녀왔고 누군가 내 차를 긁고 갔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우리 집에 와서 아이를 돌봐주셨다. 또, 유모차를 사라고 금일봉을 주셨다. 독립하면 금전적으로 의존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종종 주시는 배려에 감동할 때가 있다. 감사하다.



 자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 없다는 말은 아니다. 혼자 살던 삶보다 결혼 후의 삶이 낫다. 또, 결혼 후의 삶보다 출산 후의 삶이 낫다. 내게는 그렇다.


 살아갈 이유가 좀 더 명확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생후 50일 된 딸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고통스러운 일도 잠시 잊게 된다. 가족은 그런 신기한 힘을 준다.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그들과 함께 사는 일이 그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내겐 자신 있는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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