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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Oct 27. 2019

익산, 엄마

<익산은 당신의 생각보다 멋지다.>


  1990년 6월 어느 새벽녘, 스물셋의 한 여인은 잠에서 깼다. 산통을 느꼈다. 만삭의 몸, 약속 장소로 향하듯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병원 내부는 대기자로 가득했다. 간호사는 숨 가쁘게 움직였다.


  여인은 13이란 숫자가 적힌 번호표를 받았다. 침착하게 고통 속에 숨을 골랐다.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순서는 두 시간 만에 돌아왔다. 곧이어 오전 9시에 순산했다. 사내아이였다.


  여인은 쉰둘, 한 살 된 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됐고, 사내아이는 서른 살 딸바보 아빠가 됐다.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되어 전북 남원으로 이사한 나는 일곱 살 때 전북 전주로 이사한 후 결혼 전까지 살았다. 결혼 후 익산시로 다시 돌아왔다.


  나의 유년시절, 익산시에 대한 기억은 전무하다. 한 살배기 꼬마가 무엇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단지, 엄마가 익산 소재의 작은 신학대학에서 행정직원으로 일했다는 것. 출산일 때, 혼자 산부인과로 가서 출산했다는 것. 그 산부인과 이름이 <이화산부인과>라는 것 밖엔 몰랐다.


  결혼 후, 익산시민이 되고 나서 만난 익산에서의 삶은 무척이나 따듯했다. 생각보다 살기 좋고 매력적인 도시였다. 교통도 편리하고 생활권도 훌륭했으며 ‘있을 건 다 있는’ 도시였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멋진 익산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정보지나 여행기처럼 사진과 글로 명소를 설명하는 식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경험한 익산의 이야기를 에세이식으로 담담히 이야기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 익산에 사는 분이나, 익산에 살게 될 분들, 또는 익산에 애정을 가진 모든 분들이 읽고 이야길 나눴으면 좋겠다. 그럼, 시작하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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