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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Nov 12. 2019

정전


 정전이 된다.

 수도도 끊긴다. 집에 있을 아내와 아이를 위해 물을 미리 받아둔다. 냉장고의 보관 온도도 최대한 낮췄다. 생수통에 물을 담아 얼린 후 냉동식품 가까이 뒀다.


 엘리베이터도 끊긴다.

 친구와 약속이 있는 아내는 엘리베이터가 재가동되는 열두 시까진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13층에서 아이를 안고 1층까지 내려가는 일은 위험하니까.


 정전,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누군가는 불평한다. 정전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지만 정전이어서, 예정된 복구 일자가 있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은가. 푹 쉴 수 있고, 조용하고 고요한 기도를 드릴 수 있다.


 삶에도 정전은 있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과 생활에도 이따금씩 정전은 있다.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쫓겨날 때, 일이 풀리지 않아 녹다운, 패닉 상태에 직면할 때가 그럴 때다. 생각하기만 해도 아찔하지만, 의연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따금 정전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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