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농 Jun 15. 2020

내가 대신 아팠으면


  지난 아이가 아프다.

 처음으로 아팠다. 감기는 걸려본 적 없고, 아파본 적은 약한 타박상 정도에 불과했던 아이다. 흔한 예방접종 후 발열도 없던 건강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열이 난다.

 아내와 나는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오르는 열을 달래느라 정말 무섭도록 당황했다. 마사지를 하다가 에어컨을 세게 설정하는 바람에 아이는 목까지 부어올랐다. 병을 하나 더 얻은 것이다.


 바깥사람들이 안에만 있었다.

 삼일 동안, 바깥에 나가질 못했다. 집 안에 있었다. 아이를 돌보았다. 토요일에 병원에 갔지만 돌아와서도 놀러를 못 갔다. 집에서 밥 먹고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다 보면 해는 지고 다음 날을 맞이해야 했다.


 일요일은 아이가 아픈 바람에 새벽 한 시 반에 잠이 들었다가 해열제 먹일 시간이 되어 새벽 세시 반부터 아이와 사투를 했다. 한바탕 약을 먹이고 마사지했다. 39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고열에 아파서는 안 된다는 다짐만 아내와 내 마음에 가득했다.


 네시 반쯤 약효와 함께 마사지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면서 37.9도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고 나서야 눈을 붙였다. 두 시간을 더 자고 뒤척이다 출근했다. 피곤하지만, 부모로서 뿌듯한 건 왜일까.


 받기만  내가 아이에게   있다는 

 받는 데 익숙했던 내가 부모가 되고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내 편의와 선호를 포기하는 용단을 했다는 데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아이가 회복되어 미소를 찾았다는 게 기쁘다.


 힘든 건 우리보다도 아이였을 것이다. 머리도 아픈데 열도 나고 말도 못 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부족한 우리는 에어컨을 틀어서 도리어 아이를 더 아프게 했다.


 초보 부모의 뼈아픈 실수다. 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공부하고 실수를 통해 배워야 한다.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오늘만큼은 좋은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며 위안하고 싶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걸음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