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있었던 것도 아닌데
5개월 남짓한 미국 교환학생 시절,
시카고에 현장학습을 갔었다.
무지도 춥던 시절,
남자 셋이서 고생 좀 했었다.
내 고집 때문에 맞지도 않은 길을
인도해놓고 불만 쌓이게 했던 적도 많았고,
리더로서 말도 안 되는(?) 축제에 참여해놓고,
부담감을 준 적도 있었다.
생각난다.
시카고가 생각난다.
서브웨이를 찾고 기쁜 마음에 안에 들어가
따듯한 아메리카노로 몸과 마음을 녹이던,
내 부족한 감정과 인격과 성품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줄도 몰랐던 그때가
부끄러우면서도 그립다.
시카고 강을 건너며,
다리를 지날 때마다 들리던 재즈소리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를만큼,
은은히 울리던 베테랑 흑인 가이드의 목소리
알아듣진 못했으나 행복했다.
깨끗하고 미국적인 분위기에
밤마다 거리에 재즈밴드가 공연을 펼치던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
가볼 수 없기에 더 값진 것은 아닐까.
지금 다시 가본다고 해도
그때만큼 감동하진 않을 것 같다만
가끔, 그렇게 시카고가 생각난다.
아, 시카고를 시카코라고 말하던
중국인 룸메이트, 제이슨도 생각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