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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Jun 14. 2022

내가 브로커였나 봐 (영화 <브로커> 이야기)


 일본 영화 같은 한국영화

 섬세하다. 대사가 섬세하고 작은 상황 사소한 감정변화가 인상 깊었다. 한국영화가 섬세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정서가 여러 군데서 보였다. 일본인 감독이 영화를 연출했으니까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대사도 일본식 표현이 많다. 유머에도 일본 방송을 보면 관객이 웃음을 터뜨리는 포인트가 영화에도 쓰인 것 같다. 송강호가 멋쩍은 유머를 할 때, 한국 관객이라면 다소 한국스럽지 않은 개그를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익숙했던 영화문법과는 다른 시선이 보여서 인상 깊었다. 화산 폭발처럼 감정을 실은 대사가 청자를 자극하거나 폭력적인 액션 장면이 없어도 잔잔하게 마음의 물결을 만든다.



 고레이다 감독의 가족 이야기

 고레이다 감독의 팬이라면, 익숙한 영화 내용이다. <어느 가족>의 의아한 가족 구성이 여기서도 나온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막판에 가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면서 물은 피보다 진할 수 없음을 역으로 증명하기도 한다. <브로커>에서도 그렇다.


 <아무도 없었다>가 잔인한 결말로 인상 깊었다면, <브로커>는 조금 나은 편이다. 아이와 거리가 있어 보였던 배두나가 우성이를 돌본다. 입양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이지은은 새로운 삶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어쩜 내가 브로커였다.'고 말하던 경찰 배두나는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았다. 냉소적인 모습 때문이다. 깨달음이 있었을까. 이지은 수감 후 인생의 시선을 조금 바꾼 것 같다.



 내가 브로커였다

 사건 해결을 위해 범죄를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배두나. 그는 스스로 '내가 브로커였다'고 했다.


 배두나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에 한 번쯤 빠진 적 있지 않은가. 나를 되돌아본다. 합리적인 사람을 빙자하여 모든 일을 합리화하며 양심을 버린 적이 있지는 않았나.


 분명한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살자. 마음 깊이 새긴 말이다.


 살아가는 대로 살다 보면 살아지지만,

 방향을 잃고 그저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바른 마음과 생각으로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어쩜 내가 브로커였을지도 모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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