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니 나는 바퀴벌레 같은 사람이다.
다시 말해, 끈기 있는 사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포기할 듯 포기할 듯하지 않는 사람,
남아있는 사람,
다치지 않고 계속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사람,
성실한 사람,
운이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바퀴벌레의 나쁜 점도 많다.
하지만, 집요하게 살아남는 것만큼은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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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원룸에 살았던 적이 있다.
이십 대 중반이 넘었음에도 나는 바퀴벌레가 무서웠다. 원룸 부엌 진입문에 바퀴벌레가 있어 새벽 내내 깨서 불안해한 적이 있다.
한 마리 해치웠는데
금방 다른 녀석이 나타날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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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그 집도 바퀴벌레가 있었다. 이따금 날아드는 바퀴벌레(바퀴벌레가 날개가 있어 정말 잘 날더라..)가 아내를 기절초풍하게 했었다.
그래서 기필코 바퀴벌레 없는 집에 살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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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내 삶에서 바퀴벌레는 생명력의 상징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그러한 생명력을 닮고 싶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나의 서른다섯 인생에
기독교 작가도 못 되었고,
이름난 프로듀서나 래퍼도 아니다.
그저 회사원일 뿐이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나의 빛날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바퀴벌레처럼 꾸준히 살아남을 뿐이다.
나는 바퀴벌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