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페디엠
사실 별 기대 없었다. 친구가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하여 그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을 뿐. 낡은 한옥 한 채가 우릴 반겼고 벽화가 그려져 있고, 곳곳의 센스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는 것 외엔 그리 장점으로 삼을 만한 게 없었다.
옥상에 올랐더니 꽤 괜찮았다. 과자를 주전부리로 콜라를 마셨다. 우리의 주제는 삶과 사회, 사회적기업, 사업 뭐 이런 것들이었고 막연히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보자고 이야길 했다.
영상감독인 후배,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친구, 작은 꽃집의 대표인 후배, 그리고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지원센터 연구원인 나까지.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접점은 분명했다.
게스트들이 다들 숙소로 돌아왔다. 비가 많이 내린 탓이었을까. 작은 부엌에서 담소를 가졌다. 청주에서 온 커플과 일산에서 온 간호사, 수원에서 온 남자가 우리와 배석했다.
서로의 성도 이름도 몰랐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묻고, 어느 관광지를 다녀왔냐고 질문하는 관심을 보여주었을 뿐.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자체 덕분인지 금방 우린 우리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