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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Nov 06. 2016

변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최순실과 박근혜, 우리나라의 정치를 바라보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화둡니다. 우리는 최순실 없이는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놈의 최순실이 뭐길래. 국정 운영은 뒷전이고 모두가 대통령의 비리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책 없는 민간인인 최순실 씨에게 좌지우지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비참하리만큼 큰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견된 결과일까요? 대통령은 말을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근거를 두어 주장을 펼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억양도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토론회 때, 테블릿 PC를 보면서 원고를 읽거나 수첩에 기록하는 버릇 등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독특해보였습니다. '말'로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큰 약점이었던 셈이죠.


그러나 그런 버릇과 부족함 때문에 더 마음이 갔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남녀평등사회라고 해도 혼자 사는 여성 정치인이 국가를 부르짖을 때, 남성의 그것하고는 다른 감동을 주곤 합니다. 더군다나 대통령 아버지와 영부인 어머니를 한 순간에 잃은 사람이라면 더 그렇겠죠. 그랬기에 결점을 가리고 장점을 드러내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대통령이 된 다음입니다.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불통'으로 일관했습니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란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 같았습니다. '나쁜 사람'이라거나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땐, 너무 감정적이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말을 걸러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의 말에 한 사람의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려려니 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물론 최순실 일당에게 박 대통령이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분의 온전한 판단과 생각도 국정 운영에 반영된 결과였을 겁니다. 다만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적어도 확실해보입니다. 또, 국민과의 소통 대신에 쥐고 있었던 것도 최순실과의 소통이었단 사실도요.


지금의 사태, 왜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만의 탓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눈치와 불통, 절대권력 문화가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겁니다. 새누리당은 이런 대통령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이권을 위해 눈치를 봤습니다. 당 내 의원 간 토론과 야당과의 소통과정이 있었다면, 진정으로 이 나라와 국가를 생각할 줄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잘못된 일인 줄 아니까, 그게 대통령이라도 반대했을 겁니다. 조광조처럼, 이순신처럼요.


대통령의 절대권력도 문제였습니다. 그 누구도 대통령의 절대권력 앞에 무기력해지고 말았습니다. 87년 체제?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대통령도 삼권 분립에서 서로 간 견제가 가능할 정도로 그 권력이 낮아져야 합니다. 대통령 한 명의 리더십만으로 나라가 변하진 않습니다. 요새는 그런 사회입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함으로써 더 괜찮은 방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대통령의 시각, 대통령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옛 집현전 학사들과 밤새워 토론했던 세종처럼, 그렇게 끈기있고 집요하게 답을 찾아 강구해야 합니다.


자기 권력 지킬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국정은 파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보, 경제, 외교 뭐 하나 덜 중요한 게 없습니다. 뭐 하나 덜 시급한 게 없습니다. 국민들은 떳떳하게 조사받고, 남은 기간동안 대통령 임기를 잘 마치길 바랍니다. 하야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입니다. 김병준 책임총리도 아무런 의견 조율절차없이 덥썩 임명하고야 말았습니다. 일단 임명한 거라면 책임질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남은 기간동안 역사는 박 대통령을 주시하게 될 겁니다. 좋은 대통령과 나쁜 대통령은 한끗 차이입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좋은 대통령으로 남는 것은, 아니 적어도 최악의, 나쁜 대통령으로 남지 않는 길은 앞으로의 남은 일 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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