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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Nov 14. 2016

우리 학교 앞 피자집

그의 말을 믿어선 안 되었나


피자 두 판을 시켰다.

예약해놓고 시간이 되어 피자를 찾으러 가려고 차 시동을 걸었다.


분명 사장님은 예약 전화에 "15분 후에 오라"고 답했다. 시간이 금인 세상에 약속한 15분이 넘고도 또 한 번의 15분이 지나도 피자는 나올 줄 몰랐다. 내일 발표도 있어서 얼른 가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이번이 몇 번짼지 모른다. 그에게 15분은 상징적인 말 뿐이었던 걸까. 어찌보면 그도 피자 포퓰리즘에 희생 당한 불쌍한 영혼이다.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피자가 최고 인기 상품이라는 본 점의 상술 때문에 가맹하게 된 게 아니겠느냐는 거다.


내 앞의 학생은 치즈크러스트를 시켰는데 사장님이 깜빡해서 그냥 피자로 나왔다. 그럼에도 그 학생은 이의를 제기 못했다. '바빴으니까', 다른 말로는 우린 피자 인기에 영합된 사람들일 뿐이니까. 아쉬운 사람은 우리잖아.


저녁을 굶은 대학원생은 직장을 파하고 바로 발표하러 수업으로 갔다 파하고 나오고, 그에 맞춰 피자를 주문했으나 그는 15분을 못 참고 브런치에 불만 글을 올린다. 아, 좀 부끄럽다.


피자가 인기가 없다면 이럴 일도 없을 테지. 그래 우리 모두는 피자의 희생양이다. 오늘도 피자를 한 입 베어물며 나는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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