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
공부란 무엇인가
알면 알 수록
쓰면 쓸 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진다.
예전엔 겁도 없었다.
전공 분야에
책 좀 읽었다고 큰 소리 치고 다녔다.
우리 학과 뿐 아니라
철학과에서도 적어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혼자 책만 읽어도 부끄럽다.
여느 숨은 고수 분들의 글 솜씨만 지나듯 봐도
스스로 부끄러워 펜을 내린다.
이전에 썼던 글을 보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저리 치워놓는다.
공부는 그런 과정인가
내가 알고자 노력하지만
결코 알 수 없는,
끝이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겸손해지는 과정.
그런 과정이던가.
때로는
남의 지식으로 연명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남의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고
남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덧붙이고
남의 노래에 운율을 바꿔보고
남의 랩을 따라하며 성장하고
남의 소설을 필사하며 꿈을 키운다.
내가 모르는 것을 남에게 배우는 것이
공부다.
그리고 그 배움은 '겸손'에서 시작된다.
배울수록 겸손해진다.
내겐 겸손이란 건 먼 얘기지만,
앎보다 마음을 더욱 갖추고 싶다.
든든한 마음을 가진 할아버지가 되면,
선생이나 스승, 아버지가 되면
먹물답지 않게 잘난 척하지 않고 말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알며,
손자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게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설명해주고 싶다.
그게 내가 공부하는 이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