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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6. 2016

드디어 만나다

2016.01.02


쌍둥이란 걸 처음 알았을 때 아내와 목표를 세웠다.

각각 2.5kg, 그리고 36주

아내도 아이들도 잘 견뎌주었다. 살얼음같던 마지막 일주일도 무사히 넘겨 새해까지 맞았다.

오늘 드디어 상봉.

아내가 수술을 받는 동안 수술실 앞을 계속 서성였다. 아기들이 나오는 즉시 확인을 하고 함께 신생아실로 들어가야했다.

아이들은 30여분만에 나왔다. 두 녀석 모두 멀쩡해보였다. 상상했던 것 만큼 쪼글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신생아실로 올라가자 마자 문제가 생겼다. 큰 녀석에게 청색증이 보인다는 것이다. 나오는 과정에서 양수나 분비물을 먹었고 그게 폐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아직 이름도 없는 녀석의 입원서류부터 써야했다. 신생아실에 있기는 하지만 의사진료를 받으려면 입원형식을 갖춰야했다.

아기는 수술실에서 신생아실로 이동할 때 잠시 탄 인큐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숨을 헐떡였다고 했다. 안좋은 징조. 엑스레이에 피검사도 해야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맙소사. 저 몸에서 피를 뽑자고…

큰 녀석 입원수속을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니 아내가 실려왔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도 아기들의 안부를 묻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해야했다.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 “첫째가 문제가 생겨 의사가 볼건데 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아이는 곧 혼자 숨을 쉬기 시작했다. 양가 부모님이 오셨고 20분만 허락된 면회시간 동안 나도 처음으로 아들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큰 아이는 조금 작았지만 잘 자고 있었다. 작은 아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처음 맞이한 세상을 연신 흘겨봤다.

큰 아이의 피검사 결과는 좋았다. 그제야 한숨이 놓였다.

아내는 아직 움직이지 못해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가져다 주었다. 아내도 마침내 안심.

강한 진통제에 취한 아내는 간신히 잠이 들었다.

난 아직 잠이 오지 않는다.

2016년 1월2일 12시56분과 57분에 태어난 2.64kg짜리와 3.15kg짜리 우주. 그들이 마침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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