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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13. 2020

달라도 너무 다른 둥이들의 아침

2020.09.13

쌍둥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쌍둥이들이 서로 많이 닮았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물론 닮은 점도 있겠지만, 이란성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시각에서 보면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날 때 두 녀석의 차이를 아주 크게 느낀다. 

보통 우재가 유준이보다 일찍 일어난다. 아빠가 아침 운동을 할 때 슬며시 문을 열고 나올 때가 많다. 화장실로 가서 오줌을 싸고 아빠에게 온다. 

아주 가끔은 아빠와 같이 일어나거나, 더 먼저 일어난다. 그때는 침대에 누워서 몸만 뒤척이고 있다. 아빠가 눈을 뜨고 함께 나가자고 하면 따라 나선다. 

아빠가 잘 잤냐고 인사를 해도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잘 없다. 아빠 운동을 따라하거나, 요즘 푹 빠진 종이접기를 시작할 뿐이다. 요즘 말로 하면 '텐션'이 올라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다. 눈을 뜬지 한시간은 지나야 평소의 우재가 된다. 


그러나 유준이는 거의 신기할 지경으로, 눈을 뜨자마자 '텐션'이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엄마, 아빠를 깜짝 놀래키는(실은 엄빠가 놀라는 척 함) 재미에 푹 빠져서 눈을 뜨자마자 '까~~~~~~꿍'이라고 크게 외친다. 얼마전 "눈을 뜨자마자 소리치는거니, 눈 뜨고 좀 생각을 했다가 소리치는거니"라고 물었더니 씩 웃기만 한다. 

아주 가끔은 잠이 덜 깬 얼굴로 화장실에서 눈까지 감고 오줌을 싸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다. '까꿍'과 함께 온 가족을 다 깨운 뒤(사실은 제일 늦게 일어나니 깨우는 것도 아니다) 장난끼 많은 표정으로 뽈뽈거리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오늘도 예외없이 우재는 일찍 일어나 아빠를 따라 나왔다. 그러나 유둥이는 뒤늦게 헤헤 웃으며 나왔다. '까꿍' 소리는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이제 좀 시들해져서 다른 재밌는 장난을 또 찾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가을 햇살을 받으러 외출한 쌍둥이. 한녀석은 맨발에 샌들을 신고, 다른 녀석은 양발에 샌들을 신는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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