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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23. 2020

유준이, 의문의 2패

2020.10.23

5살 둥이들의 어휘는 갈수록 늘어난다. 이제는 엄마아빠에게 따지기도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물론 지들끼리도 논리적으로 아주 잘 싸운다. 

얼마전 유준이와 우재가 어느 놀이터를 가느냐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 보통 번갈아가며 정하는데, 그게 꼬였는지 우재가 "왜 유준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만 가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아내의 전언에 따르면 둘이 옥신각신하다가 유준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재야, 우재야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보통 이러면 진정하거나, 진정 안하고 계속 자기 할 말을 계속하거나 둘중 하나일텐데, 우재의 반격은 남달랐다. "유준아. 너 진정이 무슨 뜻인지 알아? 무슨 뜻인지 아냐고?" 

삿대질까지 동원한 우재의 반격에 유준이는 말을 얼버무리고 말았다고 한다. 유준이 1패.


이날 유준이는 공부시간에 딴짓을 여러번해서 혼이 난 모양인데,  유준이는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 엄마는 "네가 할 수 있는데 놀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란 주장이 맞섰다. 결국 유준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나중에 엄마에게 와서 울먹이며 이렇게 따졌다고 한다. "엄마가 내 마음속을 알아?" 그러나 아내의 순발력도 만만치 않았다. "다 알지, 너는 엄마 뱃속에서 나왔으니 엄마는 다 알지." 유준이 2패. 


지난 주말 아빠 회사 근처로 소풍을 갔다가, 사무실까지 방문했다. 의외로 별게 없어서 더 놀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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