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Nov 20. 2020

드디어 그네에 올라간 우재

2020.11.20

우재는 아빠를 닮아 조금, 아니 많이 신중한 편이다.

겁이 많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중하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준이와 달리 우재는 놀이터에서 놀 때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위험한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래도 조금 아쉬울 때가 있다. 우재가 조금 더 과감해졌으면 바랄 때가 있다. 

우재는 얼마전까지 그네에서 꽈배기만 할 뿐 엉덩이로 타지를 않았다. 배를 깔고 엎드려서 뺑뺑도는 것은 동네 제일인데, 제대로 앉아서 타는 것은 싫어했다. 아빠나 엄마 무릎에 앉아서 타는 것도 몇번만 해주면 내리겠다고 했다. 

얼마전, 아내가 놀이터 사진을 보내왔다. 보면서 깜짝 놀랐다. 우재가 그네에 앉아있는 것 아닌가. 또 다음 사진에는 우재가 그네 위에 서있기까지 했다. 드디어 우재가 스스로 그 선을 넘은 것이다. 물론 우재 스타일대로, 신중하고  안전하게. 


주말에 놀이터에서 둥이들 그네를 밀어주면서 우재에게 물었다. "'로켓그네'(아빠 눈높이까지 뒤로 당긴 뒤 힘차게 밀어주는 방식)로 밀어줄까?"  "아니. 조금 천천히(낮게란 의미)". 역시 우재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보니 예전에는 저어했던 높은 미끄럼틀에서도 이제는 우재가 가장 신나게 맨 앞에 타고 내려온다. 


아주 어렸을 때 우재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고 앉아있곤 했다. 아빠는 목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서 병원을 가야하나 기다려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재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앉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빠의 걱정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우재는 쑥쑥 자란다. 물론 유준이도. 


자세히 보면 우재는 그네에 서있고, 유준이는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놀이터에서는 아직 유준이 승!!


작가의 이전글 유준이, 의문의 2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